[신간 소개] 숲이 눈에 덮이면 추수가 시작되리라 <마리아와 마리아>
서로의 죽음을 바라는 소녀들과 외면하는 수녀들
내가 믿을 건 단 하나, 마리아뿐이었다
오컬트 호러 『마리아와 마리아』 / 박에스더 지음
| 책소개
고요한 무채색의 숲에서 천사가 찾아오면
신실하지 않은 자는 추수당할지니
가을의 끝 무렵 성모학원에 전학 온 소녀 작은 마리아.
학원생들은 겨울을 앞둔 전학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작은 마리아를 경계한다.
이름이 같은 큰 마리아만이 작은 마리아를 챙기지만 그녀 또한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
어느 날 의문의 유골과 예언과도 같은 혈서를 발견한 작은 마리아는 알게 된다.
숲이 눈에 덮이면 ‘추수의 기간’이 찾아오고 누군가는 천사에게 추수당한다는 것을.
그래야만 긴 겨울이 끝난다는 것을.
비로소 눈이 숲을 새하얗게 뒤덮는다.
학원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작은 마리아를 추수의 제물로 지목한다.
| 차례
마리아와 마리아
에필로그
원담시 괴사건 보고 ②: 성모학원
| 저자소개
박에스더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벽사아씨전』 외 몇 개의 장편 및 경장편 소설을 출간했다.
| 책속으로
“곧 있으면 겨울이 오고, 추수의 기간이 다가올 테니까.”
추수의 기간.
큰 마리아의 말에서 낯선 단어가 들렸다. 본디 추수는 가을에 하는 게 아니던가. 겨울이 오는데 무엇을 추수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38쪽)
탁.
그때, 삽에 뭔가 걸리는 둔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곁에 있던 큰 마리아도 감지한 모양이었다.
고구마나 당근이라기엔 좀 더 단단한 감촉이 삽날과 손잡이를 통해 전해졌다. 혹시라도 흙을 파다가 돌이라도 나오면 바로바로 치워달라던 요한나의 말이 떠올랐다.
툭, 툭.
조금 더 흙을 파내니 작물이 아닌 무언가가 보였다.
“저건…….”
삽날 끝에 걸린 단단한 물체. 하얗고 긴 무언가. 그게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54~55쪽)
커다란 소리, 밀리는 문 그리고 보이는 것은…….
너는 추수당할 것이다
붉은 피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곰팡이가 슨 타일 위로 뚝뚝, 진득한 핏물이 흘렀다. 피로 써진 글자는 나에게 외치고 있었다.
너는 추수당할 거라고.
(62쪽)
새하얀 손가락.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분명 손가락이었다. 그게 왜 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건지 의문을 품기도 전에 겹치는 이미지가 있었다.
어젯밤, 큰 마리아의 그림에 들어 있던 손가락.
그 하얀 손가락이 생명을 얻어 질량과 무게를 가지고 캔버스를 찢고 여기로 뛰쳐나온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냄새가 코끝을 훅 스쳤다.
“윽…….”
현관홀을 가득 채워나가는 냄새. 이 냄새는…….
(108쪽)
‘여기선 갈 곳이 없으니까. 빠져나갈 곳도 도망칠 곳도 없지.’
언젠가 유안 수녀가 지나가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넘긴 말인데 이상하게 그 말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갈 곳이 없는, 빠져나갈 곳이 없는.
‘도망칠 곳도 없는…….’
그 생각을 하자 이상하게 손끝이 떨려왔다. 독 안에 든 쥐. 어디로도 나갈 수 없도록 갇혀버린 형국.
이제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성모상의 이변은 그 시작이었다.
(123쪽)
| 출판사 서평
한국 호러 장르의 선두주자 호러블가든
공포를 새롭게 정의할 원담시 유니버스
호러블가든의 이야기는 미지의 도시 원담시에서 펼쳐진다. 시목은 사시나무, 시조는 떼까마귀. 면적은 84.66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1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도권 외곽의 중소도시. 서남쪽으로는 오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공마산이, 북쪽으로는 절경으로 유명한 석모산이 감싸고 있는 고즈넉한 고장.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나 뜻 모를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산장, 수도원, 주택단지, 학교, 놀이공원, 지하철역, 교도소… 익숙한 일상의 공간부터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하던 공간까지 다양한 곳에서 상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진다.
새로운 공포가 끝없이 피어나는 원담시. 그곳에 발들인 순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크리처 호러 『그 하마의 눈을 찔러라』, 오컬트 호러 『마리아와 마리아』, 미스터리 호러 『완벽한 세상』이 원담시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다.
서로의 죽음을 바라는 소녀들과 외면하는 수녀들
내가 믿을 건 단 하나, 마리아뿐이었다
호러블가든의 두 번째 소설 『마리아와 마리아』의 이야기는 검은 숲 너머의 성모학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곳으로 전학을 온 소녀는 ‘작은 마리아’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노골적인 경계에 위축된 작은 마리아를 챙겨주는 건 먼저 같은 이름을 받은 큰 마리아뿐. 하지만 그녀는 겨울이 오면 추수의 기간이 시작될 테니 조심하라는 섬찟한 말을 남긴다. 홀로 불안을 키워가던 작은 마리아는 학원 텃밭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손가락뼈를 발견한다. 매해 겨울마다 누군가가 죽고, 이렇게 무심하게 묻혀온 것이다. 머지않아 숲이 눈에 뒤덮이고 추수의 기간이 시작된다. 광기 어린 학원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작은 마리아를 추수의 제물로 지목하자 큰 마리아는 오랜 고민을 거두고 결단한다.
위선으로 가득한 아득한 숲과 비밀을 감춘 마리아.
마리아는 살아남아 성모학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호러블가든 소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재미
독자와 함께 비밀을 밝히는 특별 부록, 원담시 괴사건 보고
호러블가든의 소설에는 특별 부록 ‘원담시 괴사건 보고’가 실린다. 도시 어딘가에서 발원한 미지의 힘과 깊이 연관된 인물 K가 작성한 것으로, 소설들이 다룬 기이한 일들을 한데 모아 파헤치는 내용이다. 소설의 끝부분에 어김없이 수록되는 원담시 괴사건 보고는 이야기를 더 깊고 넓게 보는 재미를 더한다.
원담시 괴사건 보고는 연이은 괴사건에 대한 해설이자 각각의 사건을 잇는 연결고리다. K는 사건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끔찍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메아리산장에서부터 성모학원, 원담힐타운하우스는 물론 앞으로 벌어질 무수한 사건을 빠짐없이 들여다보고 기록한다. 각각 기록된 이야기는 부록을 통해 하나로 이어진다.
K의 보고는 계속된다. 그와 발맞춰 따라가는 이들만이 원담시 이면의 비밀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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